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 BYD가 자국 내 극심한 가격 경쟁을 피해 해외 시장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다.
지난 3월 30일 기업설명회에서 BYD 경영진은 올해 수출 목표를 150만대로 제시했다. 지난 1월 공시한 기존 목표치 130만대보다 15% 상향된 수치다.
이 같은 전략 전환의 배경에는 중국 내수 시장의 구조적 붕괴가 자리한다. 2026년 1~2월 BYD의 전기차(EV)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35% 감소했고, 하이브리드(HEV) 판매도 36.7% 줄었다. 업계는 이를 단순한 계절적 부진이 아닌, 중국 전기차 시장 전체를 뒤흔드는 ‘내권(內卷)’ 경쟁의 직격탄으로 해석한다.
이익 쇼크…내권 경쟁이 BYD 삼켜
2025년 BYD의 연간 순익은 326억위안(약 7조1천억원)으로 전년 대비 19% 감소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애널리스트 전망치 354억위안(약 7조7천억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내권은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시장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끝없는 가격 인하와 출혈 경쟁을 반복하는 구조적 현상이다. BYD의 신에너지차 판매 증가율은 2024년 41%에서 2025년 7.7%로 급락했다.
중국 시장감독관리총국이 3월 30일 전기차·리튬배터리 등 중점 업종을 대상으로 내권식 경쟁 퇴치를 재차 강조한 것도 이 같은 시장 왜곡이 심각한 수준에 달했음을 방증한다.
설상가상으로 중국 토종 브랜드 지리자동차가 2개월 연속 중국 내 판매 1위를 기록하며 BYD의 시장 독주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지리자동차는 올해 글로벌 총 판매 목표를 345만대로 설정하며 공세적 행보를 예고한 상태다.
해외 성과는 뚜렷…2025년 수출 140% 폭증
반면 해외 시장의 성적표는 정반대다. BYD의 2025년 해외 수출은 104만대를 넘어서며 전년 대비 약 140% 증가했다. 중국 외 지역 전체 판매는 105만대로 151% 성장하며 글로벌 확장의 실질적 성과를 입증했다.
이 추세를 바탕으로 BYD는 2026년 중국 외 지역 판매 목표를 130만대로 설정했다. 국내 시장 악화를 해외 실적으로 상쇄하겠다는 전략적 포석이다. 특히 유럽 시장에서는 구조적 선두 지위를 다져가며 프리미엄 포지셔닝을 강화하는 중이다.
씨티그룹 경고…”자동차 수익, 해외 의존 불가피”
씨티그룹은 BYD의 중국 내 자동차 판매 부문이 2026년 1분기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자동차 사업의 수익 구조 자체가 사실상 해외에 의존하는 형태로 재편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는 수출 확대가 향후 BYD 실적 반등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 중국 정부가 반부정당경쟁법을 2025년 10월부터 본격 시행하며 내권 단속에 나섰지만, 이미 왜곡된 시장 구조가 단기간에 회복되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BYD는 연간 신에너지차 판매 460만대를 달성한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다. 그러나 자국 시장의 수익성 악화와 경쟁 심화라는 이중고 속에, 150만대 수출이라는 목표가 곧 생존 전략의 분기점이 되고 있다. 글로벌 무대에서 BYD의 공세가 거세질수록, 한국을 포함한 완성차 업계의 대응 전략 수립도 더욱 긴박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