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이변이 발생했다. ‘세계 1위 전기차’ BYD(비야디)가 안방 시장에서 밀려난 것이다.
2026년 1~2월 중국 내수 판매에서 지리자동차가 47만6327대를 기록하며, BYD(40만241대)를 약 7만6000대 차이로 따돌렸다. BYD가 내연기관차 생산을 전면 중단하기 직전인 2022년 1~2월 이후 처음 일어난 순위 역전이다.
저가 시장 주도권, 지리가 탈환
상황은 더욱 극적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BYD는 62만3384대를 판매하며 지리차(47만1647대)를 32% 앞섰다. 그러나 올해 들어 BYD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36% 급락하면서 판도가 뒤집혔다.
중국 정부가 올해부터 전기차 보조금을 축소하고 구매세 면제 혜택을 종료한 것이 결정타로 작용했다. 11년간 지속되던 정책 지원이 사라지자, 전기차 단일 전략을 고수해온 BYD가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가격 경쟁력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뚜렷하다. 지리차의 소형 해치백 ‘싱위안’은 2025년 중국 내수 전기차 단일 모델 판매에서 45만9000대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전년(5만2570대) 대비 무려 8배 폭증한 수치다. 가격은 6만8800~9만8800위안(약 1441만~2070만원)으로, 10만위안 이하 심리적 장벽을 공략한 전략이 주효했다. 반면 BYD의 저가 모델 ‘시걸’은 같은 기간 30만7000대를 판매하며 전년 대비 31% 감소했다. 2024년 2위에서 2025년 4위로 추락한 것이다.
지리차는 단순 가격 경쟁을 넘어 원가 효율성과 디자인 가성비에서 우위를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지커’를 통해 상위 세그먼트도 공략하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했다. BYD 왕촨푸 회장은 2025년 말 주주총회에서 “기술적 리더십이 약해지고 업계 내 동질화가 심해졌다”고 자인하며, 초기 배터리·전기차 기술 우위가 무너지고 있음을 공식 인정한 바 있다.
하이브리드 카드가 승부처
지리차의 반격 비결은 파워트레인 다변화 전략에 있다. 올해 1~2월 지리차의 순수 전기차 판매는 전년 대비 약 1만6000대 감소했다. 그러나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가 3만8000대가량 늘어나며 감소분을 상쇄하고도 남았다.
전기차 수요가 둔화하는 시장 환경에서 내연차·하이브리드·전기차를 모두 아우르는 풀 라인업 구성이 위기 대응력을 높인 것이다. 반면 BYD는 2022년 내연차 생산을 완전히 중단한 뒤 전기차와 PHEV에만 집중해왔다.
이는 정책 지원이 충분했던 시기엔 강점이었지만, 보조금 축소와 구매세 면제 종료라는 급격한 환경 변화 앞에서는 리스크로 작용했다. 2026년 1월 BYD 판매는 전월(19만대) 대비 58% 급감한 8만대에 그쳤다. 춘절 연휴 효과를 감안해도 이례적인 낙폭이라는 분석이다.
해외 공세 강화, 한국 업체 압박 가중
한편 중국 내수 부진은 BYD의 글로벌 수출 공세로 이어질 전망이다. 2025년 BYD의 해외 판매는 105만대로 전년 대비 145% 폭증했으며, 2026년 1월에도 10만대를 수출하며 전년 동월 대비 43% 증가를 기록했다.
유럽에서는 2025년 판매가 18만8000대로 전년 대비 270% 급증하며 테슬라(23만8000대)를 추격 중이며 브라질에서는 2026년 1월 시장 점유율 5위(7.8%)로 뛰어오르며 토요타를 제쳤다.
문제는 중국 업체들이 내수에서 소화하지 못한 물량을 한국을 포함한 해외 시장에 쏟아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해외에서 저가 전기차 공세를 강화하면 점유율 경쟁이 한층 격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결국 현대차·기아는 중가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산 모델과의 가격 경쟁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지리차는 멀티 파워트레인 전략으로, BYD는 해외 시장 확대로 활로를 모색하는 가운데, 한국 완성차 업체들도 전략 재점검이 불가피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