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상승을 이유로 다수의 수입차 브랜드가 줄줄이 가격을 올리는 시점에, 이탈리아 럭셔리카 브랜드 마세라티가 정반대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주력 GT 라인업인 그란투리스모와 그란카브리오의 가격을 최대 2,100만원 인하한 것이다. 이는 현대차 아반떼 기본 트림(2,034만원) 한 대 값과 맞먹는 파격적인 수준이다.
럭셔리 브랜드가 자진 가격 인하에 나서는 것은 업계에서도 이례적인 일이다. 이 역발상 전략의 배경에는 국내 럭셔리카 시장에서 잃어버린 입지를 되찾겠다는 절박한 계산이 깔려 있다.
환율 역풍 속 역발상…최대 2,100만원 전격 인하
마세라티코리아는 지난 17일 그란투리스모와 그란카브리오의 가격 재조정을 공식 발표했다. 그란투리스모는 최상위 트림인 트로페오 기준 2,100만원, 엔트리 트림 기준 1,950만원을 각각 낮췄다.
이에 따라 2026년형 그란투리스모 트로페오의 출시 가격은 2억8,170만원으로 책정됐으며 그란카브리오 트로페오는 기존 2억9,930만원에서 1,740만원이 내린 2억8,190만원으로 조정됐다.
여기에 트로페오 대비 약 7,000만원 낮은 엔트리 트림을 신규 도입해 구매 진입 장벽을 대폭 낮췄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두 모델 모두 3.0L V6 트윈터보 엔진을 탑재해 최고 출력 550마력을 발휘하며 그란투리스모 트로페오의 제로백은 3.5초, 그란카브리오 트로페오는 3.6초로, 초고성능 스포츠카에 버금가는 가속 성능을 갖췄다.
판매 부진이 낳은 구조 개편…직진출로 바꾼 체질
마세라티의 이번 가격 전략은 수년간 이어진 판매 부진과 무관하지 않다. 국내 판매량은 2021년 842대에서 2022년 554대, 2023년 434대로 가파르게 하락했다.
위기감을 느낀 마세라티는 2024년부터 효성그룹 계열 포르자모터스코리아(FMK)를 통한 총판 체제를 청산하고, 스텔란티스코리아 사업 부문으로 직접 편입하는 직진출 형식으로 전환했다.
조직 정비도 병행됐다. 세일즈 전략과 네트워크 개발 경력을 보유한 가우랍 타파를 마세라티코리아 신임 총괄로 임명하고, 한국·중화권·일본·동남아시아를 아우르는 아시아태평양(APAC) 통합 운영 체계를 새롭게 구축했다. 각 국가별 맞춤형 마케팅 전략을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한국 시장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분명하다. 국내 럭셔리카 시장은 미국, 중국, 독일, 영국에 이어 글로벌 5위 규모의 잠재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기 때문인데 마세라티 입장에서 한국은 포기할 수 없는 핵심 전략 시장인 셈이다.
가격 인하 너머…체험 마케팅과 신모델로 재도약
한편 마세라티의 한국 공략은 가격 인하에만 그치지 않는다. 2026년 연간 판매 목표를 전년 대비 30% 이상 성장한 400대로 설정하고, 다층적인 마케팅 전략을 가동한다. 브랜드 헤리티지를 담은 고성능 스포츠카 ‘MCPURA’와 ‘GT2 스트라달레’를 국내에 출시하고, 2026년 여름부터는 그란투리스모·그란카브리오 고객을 대상으로 한 국내 투어링 프로그램도 진행할 계획이다.
글로벌 드라이빙 프로그램도 역대 최대 규모로 확대된다. 1999년부터 운영해온 ‘Master Maserati Driving Experience’는 2026년 5~10월 시즌에 이탈리아 주요 서킷은 물론 독일 호켄하임링과 프랑스 폴 리카르 서킷까지 확장된다. 그란투리스모 트로페오와 GT2 스트라달레, MC20이 주력 체험 모델로 투입된다.
남윤지 마세라티코리아 커뮤니케이션 총괄 이사는 “더 많은 국내 고객이 이탈리안 GT의 정수를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며 “전략적 가격 재조정과 차별화된 고객 체험 기회를 마련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