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장의 권력 지형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2025년 1~9월 글로벌 순수 전기차(BEV) 판매에서 중국 BYD가 161만 대를 기록하며, 같은 기간 122만 대에 그친 테슬라를 39만 대 차이로 제쳤다.
단순한 순위 변동이 아니다. 한때 테슬라가 중국 전기차를 사서 분해하며 배웠던 기술이, 이제는 서구 완성차 업체들이 벤치마킹해야 할 대상이 됐다는 점에서 산업사적 의미가 크다.
중국이 먼저 정착시킨 생산 철학
전 테슬라 글로벌 영업·마케팅 부문 사장 존 맥닐이 2025년 11월 Business Insider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은 이 역전의 본질을 보여준다. 그는 재임 시절(2015~2018년) 테슬라가 중국 전기차를 구매해 직접 분해 분석했다고 공개했다.
당시 테슬라가 얻은 핵심 인사이트는 ‘부품 공용화’였고, 이는 모델 Y 개발로 이어졌다. 일론 머스크가 2018년 4분기 실적 발표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모델 Y와 모델 3의 부품 공유율은 약 75%에 달했다.
부품 공용화는 생산 효율의 핵심이다. 테슬라는 이 전략으로 모델 Y의 생산 램프업 속도를 모델 3 대비 2배 가속화했고, 모델 Y는 2023년 글로벌 베스트셀링 단일 차종 1위에 올랐다. 그러나 이 방식의 원조는 중국 전기차 업계였다.
배터리 제조사 출신인 BYD는 수직계열화와 부품 표준화를 일찍부터 체계화했고, 이는 가격 경쟁력으로 직결됐다. 실제로 BYD 돌핀은 국내 출시가 2,450만 원(세제혜택 적용 기준)으로, 동급 국산 모델 대비 500만~700만 원 저렴하다.
유럽·한국 시장서 동시 공세
BYD의 시장 장악력은 수치로 증명된다. 2025년 1~8월 EU 등록 대수는 전년 대비 244% 급증한 반면, 테슬라는 43% 감소했다. 같은 해 4월에는 순수 전기차 단월 판매 기준으로 유럽에서 테슬라를 처음 앞섰다.
독일에서는 테슬라 판매가 전년 대비 48.4% 급락(2025년 19,390대)하며 시장 재편이 가속화됐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국산 전기차 점유율은 2022년 75%에서 2025년 57.2%로 급락했다.
BYD는 한국 진출 첫해 6,107대를 판매했고, 2026년 1월 이후 월 1,000대 이상 판매를 지속하며 연 1만 대 클럽 진입을 눈앞에 뒀다.
학습 방향이 바뀐 시대
한편 현재 GM 이사회 멤버로 재직 중인 맥닐의 발언은 상징적이다. 테슬라가 중국 전기차를 분해하며 배웠듯, 이제는 GM을 비롯한 서구 완성차 업체들이 BYD 등을 학습 대상으로 삼고 있다.
폭스바겐 그룹 CEO 올리버 블루메는 “중국은 이제 단순한 소비 시장을 넘어 혁신의 원천이자 전략적 기술 파트너”라고 공언했다. 기술 혁신의 방향이 역전된 것이다.
이처럼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 이동은 더이상 단순한 판매량 경쟁이 아니며 부품 공용화, 수직계열화, 가격 경쟁력이라는 생산 철학 전반의 재편을 의미하고 있다.